이제 갓 회사를 입사한 사회 초년생 동생이랑 이야기를 하다 문득 나의 서울 상경기가 떠올랐다.
통장 잔액 50만원도 안된 모습으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월세를 얻고 서울지리도 잘 모르면서 막연한 서울에 대한 동경과 직장생활에 대한 환상으로 상경을 했더랬지. 지금보다 훨씬 촌스럽지만 지금보다 훨씬 순수했던 모습으로.
그때와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보다 신경질과 짜증이 늘었고, 보다 이기적이게 된 것 같다. 또한 애써 고민하지 않아도 될일을 미리부터 고민하는 약간은 거친 모습을 보이고 있달까. 웃는 모습이 적어지고, 몸무게는 줄었으며, 건강은 더 나빠진듯 하다. 통장의 잔액은 그때보다는 늘었다.
최근에는 내가 서울로 올라온 걸 잘한걸까? 라는 작위적인 질문을 가끔 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후회하기도 하며, 그리고 때로는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하기도 한다. 즐거움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어깨에 놓여진 책임감으로 일을 하며, 일에서 즐거움을 찾기보단, 먹고 살려는 1차적 목적으로 의무감에 일을 하는 그런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사회 초년생. 아직은 꿈을 가지고 뛰어나가야할 때인데, 벌써부터 사회생활한지 4년차가 되어가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생을 보며 다른 마음들보다 안타까움이 더 크다. 젊은이들이, 먹고 살려는 고민보다 꿈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그 시대는 언제쯤 올까.
오늘 엄마 생신이신데, 아침부터 아빠한테 부재중전화 두통이 와 있었다. 동생 생일로부터 이틀 후이니 분명 오늘이 엄마 생신일꺼고해서, 생신 축하해드리라는 무언의 압박을 그 부재중 전화에서 느낄수 있었다. (나도 전화 드릴려구 했다구요.T_T)
엄마 휴대폰으로 바로 전화해서 '생신 축하드려요~'라고 했더니 고맙다고 하신다. 해드린것도 없이 전화만 드렸는데, 마냥 죄송할 따름이다. 아빠가 장어 사주신댔다고 나갈 준비 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두분의 모습을 떠올리니 왠지 흐뭇해졌다.
그리고 조금전. 동생한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엄마 생신인 거 알지?'라고. 나도 안다고 이 녀석아. 내가 그리 무심한 딸이었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도 아빠도, 동생도, 나도, 서로 챙기는 모습들이 참 좋아보였고, 우리 가족은 이만큼 단단하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만간 집에 선물 하나 보내드려야지, 라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해본다. T_T
가화만사성..정말 집안이 평안하고 가족들끼리 화목하면, 입가에 웃음이 절로 지어지는 것 같다. 따뜻하고 뽀송한 이불에 쌓여있는듯한 느낌이랄까. 지금 이 기분으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