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오롯한 자신만의 인생을 가지고 태어난다.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인생을 개척하지 못한 자들이 어떤 사람의 운명이 끝이 난 뒤에 한탄조로 하는 말이다.
 
 
누군가는 강가에 앉아 있는 것을 위해 태어난다.
 
누군가는 번개에 맞고,
누군가는 음악에 조예가 깊고,
누군가는 예술가이고,
누군가는 수영을 하고,
누군가는 단추를 잘 알고..
 
누군가는 세익스피어를 알고, 누군가는 어머니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춤을 춘다.

 
 
이렇게 사람들은 모두가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의 삶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기인 채로 태어나, 노인이 되어 죽는다는 것. 인생의 깊이와 길이와 정도는 달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빠짐없이 적용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벤자민 버튼의 삶은 조금 달랐다. 시간을 거꾸로 가는 벤자민 버튼.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아기인 채로 태어나, 노인이 되어 죽는다는 법칙'이 이 벤자민에게는 거꾸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벤자민 버튼은 인생을 조금은 유연하게 볼수 있는 혜안을 가진듯하다. 거꾸로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을 순간순간 담담하게 보낸다. 거꾸로 가는 시간을 쥐어준 인생에게도,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 대신 벤자민은 우리에게 진심어린 어조로 이렇게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하는데, 시간의 제약은 없단다.
너는 변할 수도 있지만, 혹은 같은 곳에 머물수도 있지.
규칙은 없으니까.
 
최고로 잘할 수도 있고, 최고로 못할 수도 있단다.
난 네가 최고로 잘 하기를 바란단다.
 
그리고 너를 자극시키는 무언가를 발견해내기를 바란다.
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을을 느껴보길 바란단다.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길 바라고,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기를 바란단다.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한정되어 주어진 인생 속에서, 자신의 삶을 충실해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흥청망청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인간이라면 알고 있다. 후자보다는 전자쪽이 자신의 마지막 순간 눈을 감을 때 후회가 적을 거라는걸. 그래서 우리는 바라 마지 않는다. 내가 최선을 다해 내 삶을 살기를. 다만, 단 한가지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매 순간 터지는 사건들 덕분에 우리의 삶은 순탄치 않게 흘러갈수도 있다. 그런 것에 너무 감정을 붙이고, 당황하지 말지어니.
 
 
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이런 것이다.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교차되는 삶과 우발적인 사건들의 연속.

 

인생의 절반도 살아보지 못한 자가 인생 운운하고, 삶을 운운하고 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부질 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들이 내 삶을 이루는 시간들이고, 절대 거꾸로 가지 않을 시간이기 때문에, 나는 내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들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은 할수 있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영화였다. 런타임이 다소 길지만, 편안하고 빈티지한 멋이 있는 영상과, 점점 젊어지는 브래트피트의 모습. 그리고 잘 짜여진 스토리가 전혀 지루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게끔 해주는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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