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많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이나, 영화를 보려고 생각중이신 분들은 가볍게 다른 글을 클릭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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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현대의 도쿄. 음악을 위해 도쿄로 가출했던 쇼는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나, 쇼랑 있으면 인생이 재미 없어. 우리, 헤어져!'라는 말을 듣습니다. 술과 유흥으로 하룻밤을 보낸 쇼에게 몇년만에 찾아온 아버지는 행방불명된 고모가 죽은채로 발견 되었다면서 고모의 집에 있는 유품들을 정리해줄 것을 부탁받게 됩니다.

다 허물어져가는 아파트에 고모 마츠코의 집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습니다. 집안에 가득한 쓰레기와 먼지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쇼. 집안을 치워나가면서 접한 물건들로 쇼는 고모인 마츠코의 인생에 대한 추측을 해봅니다.

마츠코는 중학교 선생님으로 집안에서 동생과의 관계를 제외하면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고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병약한 여동생에게 쏠린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애정결핍증이 숨어 있었습니다. 수학 여행을 갔던 어느날, 여관에서 제자와 관련해 발생한 절도사건에서 혐의를 뒤집어쓴 이후부터 마츠코의 인생은 180도 돌변하게 됩니다.

첫사랑이었던 남자는 돈 없는 작가 지망생. 끊임없이 행해지는 구타와 폭언, 그리고 돈을 마련하려면 몸까지 팔라고 했던 그 남자에게 마츠코는 가족과의 연을 끊으면서까지 매달리지만, 종국에는 '태어나서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하며 죽어버리는 그 남자에게 버림 받고 말죠.

큰 충격을 받은 마츠코에게 찾아온 두번째 남자는 마츠코의 첫사랑이었던 작가 지망생에게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남자. 엄연히 가정을 가지고 있었던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컴플렉스로 인해 마츠코를 사랑하는 척 했었고, 종국에는 가정을 선택한 그 남자에게 또다시 버려지게 됩니다.

두번째 남자에게 버림받고 유흥업소에 취직하게 된 마츠코. 첨에는 잘 풀려가는듯하다가, 나중에는 나이가 들어 선택해주는 이가 없자 결국은 쫓겨나게 되죠. 마음의 위안이라도 얻으려고 했을까요? 집으로 돌아간 마츠코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일기장에서 매일 자신을 기다리며 썼던 글을 발견하고 그제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지만, 여동생을 보고는 또다시 집에서 도망치고 맙니다.

그리고 떠나던 길에서 만난 한 남자. 이 남자와 마츠코는 함께 살면서 다시 몸을 팔아 돈을 벌게 되는데, 결국 이 남자도 그간 마츠코에게 돈만을 바란 것이었지, 마츠코를 바란건 아니었나 봅니다. 급기야 마츠코는 젊은 여자와 함께 지내려고 자신을 버리는 이 남자를 칼로 찔러 죽이고 맙니다. 그리고 인생이 끝났다며 베란다에 몸을 던지는 찰라, 난간을 붙잡는 자신의 손에 의아함을 느낍니다.

신칸센을 타고간 어느 마을. 그 마을은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작가 지망생이 죽었던 장소. 근처의 강에서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그 사람뿐이라며 자살을 결심하지만, 물이 너무 적다고 말하는 선량한 이발사를 만나게 되죠. 새롭게 사랑에 빠진 마츠코는 다시 그 사람과 함께 지내지만, 살인사건을 쫓던 형사에게 잡혀 교도소에 가게 됩니다. 마츠코는 이 남자를 생각하며 열심히 몇년동안 감옥생활을 하게 되고, 미용기술을 익혀 교도소에서 나왔지만, 이미 이 남자에게는 부인과 자식이 있었습니다. 마츠코의 혼잣말, '다녀왔습니다.'는 너무나도 맘 아프고 쓸쓸하여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합니다.

교도소에서 익힌 미용기술로 취직해 미용실에 다니던 중, 마츠코는 감옥에서 함께 지냈던 친구 메구미와 재회하게 되죠. 메구미와 함께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지던 도중 자신이 중학교 시절 절도사건에서 연관된 학생 '류'와 만나게 됩니다. 류는 그때 돈을 훔쳤냐는 마츠코의 물음에 자신이 훔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당시 노래를 잘하던 마츠코를 좋아했었다고 했죠. 그 뒤로 마츠코는 류와 함께 지내게 됩니다. 그토록 사랑해 마지 않던 친구 메구미까지 버리면서 마츠코는 야쿠자인 류의 여자가 되어갑니다. 하지만 종국에는 야쿠자의 돈을 횡령한 류와 함께 야쿠자들에게 쫓기게 되고, 류는 감옥에 가게 됩니다. 류와 함께라면 지옥까지 갈꺼라는 마츠코는 감옥 밖에서 열심히 류를 기다리지만, 류는 자신이 망가뜨린 마츠코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마츠코를 버리죠. 류가 출소하던 날, 마츠코는 류에게 다시한번 버림받게 됩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마츠코는 자신의 고향에 있던 강과 비슷한 강 근처에 아파트를 얻고, 청소도 화장도 하지 않고 마냥 먹기만 하는, 외톨이가 되어갑니다.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사람에게 길고 긴 장편의 편지를 보내지만 역시 답장이 없고, 여기에서도 이내 버림받는 마츠코. 정신병 치료를 위해 다니던 병원에서 몇년만에 재회한 메구미에게 명함 한장을 받습니다. 하지만 심신이 지치고 말이 아니던 마츠코에게 그저 명함은 종이 한장에 불과합니다. 명함을 강가에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 마츠코는 죽은 여동생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환상을 보게 되고, 삶에 희망을 가지게 되어 강가에 버린 메구미의 명함을 찾으러 오지만, 철없는 불량학생들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됩니다.

영화는 화려한 색채로 현란한 장면들이 연출이 되지만, 그 이면에는 혀를 끌끌 차게 만드는 안타까움과 쓸쓸함이 숨어 있었습니다. 주제는 한량없이 씁쓸한 주제이지만 그런 어두운 주제를 이렇게 밝고 코믹하게 표현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재주에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었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지만, 실상은 마츠코의 혐오스런 인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영화에서는 이 '왜?'라는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도대체 무엇이 마츠코의 인생을 그렇게 혐오스럽게 이끌었으며,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는 마츠코가 왜 죽어야만 했을까요? 아마 이것은 테츠야 감독이 관객들에게 남긴 철학적인 물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처음에 마츠코의 인생이 혐오스럽게 흘러가도록 계기를 제공했던 류가, 감옥에서 나와 마츠코를 버렸던 남자들처럼 다시 마츠코를 버려지게 했던 류가,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마츠코를 '신'이라고 비유했습니다. 그리고 혐오스런 인생의 마지막에서 죽어간 마츠코의 인생은 더 이상 혐오스럽지 않게 되죠. 아마 마츠코는 분명 내세에서는 행복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로 통한 계단을 올라가면서 부르는 마츠코의 노래는 아마 그런 의미였을겁니다.

바보같이 사랑만 퍼주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숱하게 버림받았던 마츠코. 하지만 '인생의 가치는 말이야. 다른사람에게 뭘 받았는지가 아닌, 다른사람에게 뭘 주었는가로 정해지는거야.'라는 슈의 여자친구의 말처럼 후회없이 삶을 살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없이 웃다가 어느순간 툭 터진 눈물샘으로 고생했던 이 영화, 정말 간만에 느끼는 '보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마지막에는 여운을 주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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