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녀유혼이라는 영화는 티비에서도 숱하게 방영을 했었고, 군데군데 띄엄띄엄 여러번 봤던 영화라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었죠. 특히, 홍콩영화가 비슷한 장르의 반복과 쇠퇴를 겪고 있던 세대에 태어나서 많은 영화들로 인해 질렸던 것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영화를 보게된 계기는 순전히 포스팅을 한 블로거 덕분이었습니다.
 천녀유혼은 범죄자들이 난무하고, 이 범죄들의 목에 걸린 현상금에 눈이 먼 무인들로 혼란한 중국의 한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여기에 뜬금없이 초라한 행상으로 수금을 하러 다니는 시대의 꽃미남 영채신. 정말 놀랐습니다. 매번 언론에 비춰지는 장국영은 항상 30대를 훌쩍 넘긴 아저씨의 모습이었는데, 이렇게 꽃미남이었다니. 예전 중학교 때 장국영을 무척 좋아했던 친구의 심정이 십수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이해가 갔습니다. 그땐 저런 아저씨를 왜 좋아할까?라는 의문이었거든요.
 

느껴지십니까? 이 미소년 느낌 나는 장국영의 포스가. 너무 순수하고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의 영채신이라는 역활을 정말이지 훌륭하게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늦은 뒷북이지만, 장국영의 죽음이 실로 안타까운 순간이었습니다.
 영채신은 비로 인해 먹으로 적힌 장부가 지워지는 바람에 수금은 커녕, 돈이 없어 하룻밤 묵을 것도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에 어떤 사람이 가르쳐준 '공짜로 잠을 잘 수 있는 곳'인 난약사로 가게 되죠. 나중에 알게 되지만 이곳은 귀신들이 출몰하고 모든 사람들이 밤에도, 낮에도 가기를 꺼려하는 '폐가'였습니다. 늑대에게 죽을 뻔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결투에 얼떨결에 끼어들면서 드디어 영채신은 하룻밤 묵어갈 난약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여주인공. 귀신보다 더 예쁜 배우 왕조현이 연기한 섭소천. 정말이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도 어색하지도 않은 미모. 싱크로율 99.9%를 자랑한다는 말이 딱 맞는 역활분담이였죠.^^; 섭소천은 인간일 때는 살해를 당해 죽었고, 죽은 뒤에도 천년 묵은 나무 요괴에게 묶여 구천을 떠도는 미모가 뛰어난 귀신입니다. 흉폭하고 막되먹은 나무 요괴 때문에 자신의 의지가 아닌 반강제로 사내들을 유혹하고 나무 요괴에게 정기를 빨아먹히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나무 요괴의 정말 징그러운 커다랗고 긴 혀와, 정기를 빼앗겨 뼈와 가죽만 남은 시체를 표현한 특수 효과는 지금 봐도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소름이 끼칩니다. ^^;;
 그지 없는 운명에 끌린걸까요? 채신과 소천은 난약사 근처에서 드디어 만나게 되죠. 소천의 유혹에도 절대 굴하지 않는 둔함을 보이는 채신. 채신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 때문에 소천은 그만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채신 역시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소천에게 끌리게 되죠.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국경과 인종보다 더한 '생사'를 넘나드는 어려운 사랑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유머와 멋진 카리스마(^^;;)를 가진 연적하는 채신과 요괴들을 모두 잡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그날 밤 소천을 다시 만난 채신은 그녀의 과거를 듣고 그녀가 다시 환생하기 위해 유골을 고향에 가져가 가족들과 함께 묻어주기로 약속합니다. 하지만 이때 나무요괴의 습격을 받게 되죠. 나무요괴와 연적하의 혈투 끝에 나무요괴의 마력을 없애지만, 소천은 나무요괴와 함께 땅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맙니다. 채신은 연적하와 소천의 유골을 파내고 드디어 그날 밤 소천과 재회하게 되죠. 그리고 이승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남깁니다. 그나마 이 장면이 사랑하는 연인들이 보통으로 보내는 시간을 보여줍니다.(물론 요즘 세상에 서로 시구를 짓고 그림에 시를 적으며 시간을 보내는 커플들이 있을리 만무하지만요^^;) 이때 연적하는 이들이 묵고 있는 여관에서 요기를 발견하게 되고, 이곳이 귀신들의 혼례를 치르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귀신들의 세계로 납치되어 빨려들어간 소천을 구하러 갑니다. 엄청난 혈투 끝에 많은 부상을 입고 이승으로 나온 세 사람. 하지만 그새 새벽이 오고, 소천과 채신은 작별을 하게 됩니다. 채신은 소천의 유골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며 좋은 곳에 환생하기를 빌고 이번에는 연적하와 다시 길을 떠나게 되죠.
 
 항상 홍콩영화를 보며 느끼게 되는 거지만, 이런저런 태클을 걸려면 한도끝도 없게 되므로, 그냥 마음을 비우고 보는 것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대단한 도움이 됩니다. 천녀유혼이 사랑을 받았던 이유가 당시에 없던 소재와 그리고 각가의 역할에 잘 맞았던 주인공들의 캐스팅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벌써 20주년이나 되어버린 영화 천녀유혼. 지나친 뒷북이지만,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것이 나름대로의 뿌듯함을 주네요. 보지 않으신 분들은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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