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서른은 예쁘다'에서 서른 즈음의 숱한 여성들에게 심심찮은 위로와,
때로는 친언니같은 질책으로 따끔하게 야단을 치면서도,
토닥토닥 등을 토닥여주는 글감으로 이슈가 되었던 김신회 작가가 또한번 그의 입담을 발휘하여 후작 격으로 책을 발간했다.

"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예쁘고 발랄한 색의 표지 안에는 지금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이 참 많았다.


무엇보다, 성공과 미래의 명예, 그리고 미래의 행복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사회에서,
"가장 소중한 건 바로 지금, 그리고 나"라고 딱 못을 박는다.


바쁜 아침 나절의 10분의 늦잠을 누리고, 택시를 타는 호사.
그 출근길에도 빼먹지 않는 커피 한잔.

"나는 매번 왜 이럴까? 하며 텅 빈 통장을 보고 한숨을 쉬는 대신 지출에 우선순위를 두어
나에게 가장 만족을 주는 항목만큼은 오롯이 누리자."

따끔하게 한마디 하는 것보다도, 기회비용을 생각하고, 텅빈 통장을 보더라도 이겨낼 깜냥을 기르라는 말.


특히 혼자 사는 나로서는 이런 챕터들이 참 많은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다.
해도해도 끝나지 않은 집안일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를 알려준 페이지들.
많은 움직임을 들여 집안일을 하는 것보다,
중간중간 쉬어가는 텀으로 자칫 지루하고 재미없는 집안일을 현명하게 하라는 주옥같은 메시지.


책 곳곳에서 누차 강조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행복해지는 일"
나는 늘 미래에 일어날 일을 걱정하고, 지금의 행복을 미처 바라보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쓸데없는 걱정으로 허비했던 과거의 내가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다.
안좋은 감정으로 시간을 보내다보니,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지 못했던 것.
지금이라도 미래의 걱정보다는 현재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느끼도록 노력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건 나의 이야기인 것 같다, 라고 생각했던 부분.
"넌 좋아하는 일을 하잖아."

사실 그렇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거는 이거대로 힘든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누구나 겪는 직장상사와의 마찰, 그리고 작업에 몰두가 안될 때의 답답함, 일이 진행이 안될 때의 속상함.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늘 좋은 기분으로 일할 수 없는 그런 시간들.

맞다.
그런거다.
"좋은 건 좋은 거고, 힘든 건 힘든 거다. 결국 먹고 사는 일이란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행복을 위한 쇼핑"편에서는 어찌 보면 철없다고 할 수 있는 나의 쇼핑습관이라던가,
그래도 쇼핑을 하면 안좋았던 기분이 풀어지는 습성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고대로 담겨져 있다.

그래,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하는 공감 백배.


"명품백과 속옷"챕터에서는 사소한 것을 제대로 갖추라라는 말을 명품백과 속옷에 대한 이야기로 충고한다.
적어도 30줄이 닿은 여자라면, 외모 뿐만이 아니라, 속옷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이야기.


"화장은 예의다"편에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자기의 화장법이 법인양 고수를 하는 것보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시대에 맞게 화장을 해야 예의가 되고,
나이에 걸맞는 화장이 된다는 충고를 해준다.


한줄한줄 읽으면서도 너무 공감 갔었던 편이 '투덜거리기보다 제대로 말하기'였다.
상사의 뒷담화를 하면 무엇하나 바뀌는 거 없이 그 사람이 더 밉고, 더 싫어지기 마련인데,
이 이야기들에서는 조곤조곤 기분 나빠하지 말고 말하라고 한다.
사실 그러기가 정말 쉽지가 않은데, 나 역시도 투덜거리지 않고 제대로 말하기를 알려주는 학원이 있음 했다.


작가가 부모님에게서 독립을 하고서 비로소 느꼈다는 효도.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때문에, 그리고 지금은 직장 때문에 본의 아니게 부모님이랑 떨어져 살게 되어,
말 그대로 '독립'이란걸 한 뒤로는, 부모님의 안부를 더 먼저 묻게 되고, 전화를 더 먼저 하게 되었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행여나 부모님이 부부싸움이라도 하면 나 역시도 걱정이 되고 마음이 좋지 않고,
늘 부모님의 집이 그립고, 엄마의 밥이 그리운, 독립한 사람이라면 늘 갖는 집에 대한 향수병 아닌 향수병도 갖게되었다.
이게 다, 독립 때문이라면 독립 때문.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명절 때 집에 내려가면 늘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그런 기분.
그래도 엄마 밥은 늘 맛있는, 이상미묘한 그런 느낌.


"우울 권하는 시대"에서는 마치 야단치는 상대가 나인것마냥 얼굴이 화끈화끈했다.
우울이 무슨 벼슬인듯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나 우울해"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물론 심하면 우울증이라는 병이 무서운 병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고자 노력하고, 다시 오지 않게 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어느새 우울 권하는 시대에 젖어들어, 나도 그 우울함을 말 그대로 '즐기고' 있었던 것 같아, 반성하게 되었다.

밝고 명랑하게 살자, 라고 다짐을 했다.


언제고 혼자인 것이 싫어, 늘 누군가를 불러 술을 마시거나, 늘 누군가와 무엇을 함께 하고자 했던 친구가 생각이 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혼자인 시간이 있어야 남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게 되고,
자신의 일상을 오롯하게 자신이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을 했었었다.
마치 내 생각을 고대로 읖어놓은 것 같아, 많이 동감을 했었던 부분이었다.

연애를 한다고 해서, 친구와 아무리 친하다고 한들, 혼자인 시간은 그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만들어야한다.
꼭 만들어야 한다.


"진정한 충전이란 머릿속과 마음을 말끔한 상태로 리셋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그저 나에게만 집중하는 일이 필요하다."



"오늘 하루가 아무리 엉망이어도 인생은 굴러가고, 내일이 되면 더 나아진다.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따뜻한 어조로 위로하듯 써진 이 말에는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 팍팍하게 느껴졌던 주변의 현실들이, 비단 나만 겪는 일이 아니었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내 또래의 여자사람들이 다들 겪고 있는 일이기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따뜻한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달까.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마음안에 희망이라는 것이 생겼고.
조금 더 나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선택하자는 다소 불순하고(?) 이기적인(?) 마음도 생겼다.

물론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여우처럼 전혀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미래에 대한 걱정들로 너무나도 불편하게 지내왔던 과거는 이제 좀 청산하고,
이 시간을 소중히 하며, 즐길 건 즐기자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내가 듣고 싶었던 건 마냥 힘내라, 미래를 생각하고 대비해라, 라는 말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겪는 주변의 상황들과 생각들에 대해 "나도! 나도!"라고 공감하고,
그것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과 조곤조곤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따뜻한 말이 필요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의 나에게 크진 않지만, 마음을 다독여주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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