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를 볼 계획이신 분들은 눈길 주지 마시고 가볍게 다른 글을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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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핸드볼과 관련한 내용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떤 경기를 소재로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사전에 지식이란 지식은 전혀 없었고, 단지 생각한 것보다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낚임성 기사 덕분에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영화는 미숙과 정란, 수희가 소속되어 있는 핸드볼 팀이 해체가 되면서 시작된다. 수희를 제외하고 정란은 남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미숙은 생계를 위해 대형 할인 마트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때, 일본에서 일본 프로팀의 감독으로 있는 혜경이 한국 국가 대표팀 감독 부임을 목적으로 귀국한다.

혜경은 핸드볼 팀을 보강하기 위해 미숙과, 정란 등등 과거 자신과 함께 했던 유망주들을 팀으로 끌어들인다. 정란과 수희 등 다른 팀원들은 쉽게 섭외가 되었으나, 미숙은 쉽지 않다. 남편의 사기로 인한 사업 실패로 생긴 빚과 당장의 생계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혜경의 노력으로 인해 당장 앞에 놓여진 급한 불을 끄고 미숙도 팀으로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혜경의 강도 높은 훈련과 고집스런 팀의 운행으로 팀원들간에 불화가 생기고, 혜경의 운영을 믿지 못하는 위원회는 새로운 감독 안승필을 새로 들여오고, 혜경을 선수로 강등시키면서 팀은 또 한번의 위기를 겪게 된다. 전혀 달라진 유럽식 훈련 방식과 팀원들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구색 살리기에만 집중하는 감독 안승필. 팀의 전력은 한량없이 떨어지고, 설상가상으로 미숙은 혜경과의 갈등으로 팀에서 무단이탈을 하게 된다. 고교 남자 핸드볼팀에게까지 지는 팀의 어처구니 없는 전력으로 압박을 받는 안승필 감독. 그리고 미숙을 엔트리에서 제외시키겠다고 팀에게 엄포까지 놓는다. 혜경은 강도 높은 등반 훈련에서 자신이 이기면 미숙을 제외하지 않겠다는 것을 두고 내기를 한다.

마지막 코스를 나와 트랙을 달리는 질주. 대표팀은 한 마음이 되어 혜경을 응원한다. 이때부터였을까. 팀이 뭉치는 걸 확인하는 그 순간, 마음으로 전기가 흐르는듯 했다. 이 순간부터 팀원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기 시작한다. 핸드볼은 개인 경기가 아니라 단체 경기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 장면이었다. 거기에 마음을 돌린 미숙도 나타나면서 국가 대표팀은 처음으로 한마음이 되어 올림픽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한다.

드디어 아테네로 향한 올림픽 대표팀. 결승전 전날 미숙은 한국에 있는 남편이 극약을 마셔 상태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결승전을 포기한채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지만 결국 공항에서 마음을 바꿔 돌아온다. 하지만 경기는 이미 연장전까지 진행되어 몇분 안 남은 상태. 최강 유럽팀 덴마크를 만나 홈경기라는 우위에 놓인 덴마크 팀과 연장전을 두번이나 가지지만 마지막 승부 던지기에서 아깝게 지고 만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패배. 하지만 여러가지 열세를 이겨내고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한 이들은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모델이 되었던 아틀란타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 경기는, 거의 홈경기나 다름없던 덴마크 선수들과 심판의 각종 편파 판정으로 인해 서러움으로 많았던 경기였다고 한다. 얼핏 그때 그런 뉴스를 봤던 적이 있었지만 이미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나 그런 열세를 딛고 두번의 연장전을 가지고 승부 던지기에서 아쉽게 진 우리 선수들이 4년이나 늦은 뒷북이지만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영화의 진행과 부분 부분 보이는 미숙함은 그렇다치손, 내용이라더가 영화 자체는 훌륭했다고 생각된다. 다른 걸 떠나 관객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은 그 영화가 마음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니까. 보는 내내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과 제대로 된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뛰는 이 환경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 영화를 통해 비인기 종목들의 조금 더 나은 대우와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훈련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평들을 보니 이래저래 말들이 많긴 하더라. 하지만 내 생각을 그네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영화는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 가장 정직하고 가장 정확한 감정이기 때문에. 모델이 되었던 선수들과 그 마지막 경기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로 영화를 봤기에 긴박함과 긴장감을 더 느꼈다고 생각된다. 너무 많은 기대감도,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는 마음가짐도 영화를 볼 때는 쓸모가 없다. 영화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 시간을 보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보러 가야 가장 재밌게 볼 수 있는거다. 이번에는 괜히 시덥잖은 악성 리뷰 덕분에 영화 본 뒤의 충만함만 반감이 되었던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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