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어린왕자. 나에게는 이 '어린왕자' 책만큼은 정말 예쁜 책으로 사자, 라는 로망이 있었다.

 시간은 나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시골에서 도시로 막 상경한 스무살의 꼬꼬마 아가씨에게서 멈춘다. 시골의 작은 서점에서 옹기종기 놀았던 그 꼬꼬마가 도시의 대형 서점을 보고 입을 쩍 벌리고 구경할 때. 예쁜 표지의 어린왕자 책이 눈에 띈다. 꼬꼬마는 살까, 말까를 몇번이나 고민하다 그냥 책을 놓았다. 표지와 안에 그림들은 참 이뻤는데, 제본이 맘에 안든다는 이유였을거다. 그 이후로 꼬꼬마는 서점에만 들르면 어린왕자 책을 찾기 시작한다. 분명 그때 그 책보다 더 예쁜 책이 있을거야, 라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서.

 그리고 6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참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의 다이어리를 사고, 그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이 삽입되어 있는 '어린왕자'라는 책이 나온걸 뒤늦게 알았다. 이제 더 이상 꼬꼬마가 아닌 그 여자는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그 책을 샀다. 그리고 비로소 20살때의 꼬꼬마가 세월을 지나 내쉰 만족의 한숨으로 마음이 더없이 푸근해졌다는걸 문득 깨닫는다. 자그마치, 6년의 기다림이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예쁜 책을 기다렸느냐고 물어본다면 할말이 없다. 단지, 그 때의 그 책은 나의 인연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두루뭉실하게 대답할거다. 언젠가는 내 마음에 드는 책이 나올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한 근거는 물론 없었다. 그저 꼬꼬마의 작은 기다림이었을뿐.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거야."라는 어린왕자의 말처럼 그냥 행복하게, 마냥 그렇게 기다렸을 뿐이다.

+ Recent posts